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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래 교수, 부산은 찢긴 굴욕 승화시킨 뜨거운 ‘혼종성’ 도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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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61.♡.227.1) 작성일20-01-30 10:11 조회3,4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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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래 신라대 교수가〈개항기 일본인의 부산 이주와 경제적 지배〉를 출간했다.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의 기획총서다. 이 책의 성과는 540여 쪽에 개항기의 숱한 부산 자료들을 힘들게 정리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개항기 부산은 과연 어떤 곳이었던가를 캐묻고 있다. 그 답은 일차적으로 수치스럽고 치욕적이다. 19~20세기 전 세계 제국주의 식민지 역사에서 가장 철저하게 빼앗기고 유린당한 고난의 도시가 부산이었다는 것이다.

 

“1880년대 초부터 부산은 ‘나가사키 현 부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철저한 일본 도시’로 바뀌었습니다. 1890년대까지 부산의 일본인 수는 한국 전체 일본인의 절반에 달했으며, 이후는 줄곧 3분의 1 수준이었어요. 숫제 ‘조선의 일본 땅’이었죠.”

 

김대래 신라대 교수

 

'개항기 일본인의 부산‥' 출간

개항기 자료 540여 쪽 정리

"학교·조합 만들고 개항 도모한 부산항 객주 초량정신 기억을"


- 부산이 일본에 다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요인은?

“저는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부산이 왜관 도시였기 때문에 완벽한 일본 식민 도시로 전락했다고 봅니다. 왜관이 없었다면 부산은 ‘일본인 전관 거류지’가 아니라 인천처럼 여러 나라가 진출한 ‘공동 조계지’가 되었겠지요.” 김 교수 방에는 책이 많이 없었다. 정년 1년을 앞두고 평생 모은 부산사 관련 자료를 도서관 네댓 곳에 ‘어렵사리’ 기증했다고 한다.

 

- 일본의 부산 침탈, 조선 진출은 어떤 식이었나요?

“세계 식민 지배 역사에서 일본처럼 무지막지하게 이주한 사례는 없어요. 사기꾼 폭력배뿐 아니라 창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의 일본인들이 부산으로 몰려왔지요. 부산을 집어삼킬 듯 막무가내로 게걸스럽고 잔인했지요. 1905년 경부선 개통 때 북새통의 부산역에서 왜소한 일본인이 딱 벌어진 체구의 키 큰 조선인의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발로 차고 때린 뒤 내동댕이쳤다는 것을 적은 스웨덴 기자의 목격담은 당시 이미 기울어진 조선의 슬픈 운명을 보여주는 거지요.”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조선을 집어삼킨 듯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

 

- 개항기 서양인들은 부산을 어떻게 봤나요?

“그들은 대부분 제멋대로 오염된 틀로 부산을 봤습니다. 얼토당토않게 임진왜란으로 한국이 부산을 일본에 양보했다고 여겼지요.” 역설적으로 이런 오명과 시련을 감당한 뒤 그것을 극복한 곳이 부산인데, 그 극복의 지향점을 향해 부산사를 더욱 통찰하고 만들어나가야 할 것 같다.


- 개항기에 부산의 평가할 만한 자생적 움직임은 없었나요?

“부산항 객주(초량 객주)가 있었습니다. 전관 거류지의 주변, 즉 경계 공간인 초량에서 이전의 역관, 초량 유지들, 타지에서 온 상인들이 초량 객주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객주들은 일본의 교활한 방해로 민족자본가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선각자 박기종이 결국 좌절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계 공간에서 학교와 객주조합을 만들고 우리 식의 개항을 도모한 부산항 객주의 ‘초량 정신’은 개화 불꽃을 피워 올린 ‘동래 정신’과 함께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 모든 부산항 객주들이 궤멸했나요?

“그렇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정치국 정병조의 예처럼 ‘성공한’(?) 예도 있어요. 단, 그들은 친일을 하고, 그것도 부산을 떠났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만큼 부산은 일본 손아귀에 완전히 장악된 땅이었지요. 하자마 후사타로, 오이케 츄스케는 식민 권력과 결탁해 부산을 말아먹고서 거부가 되었지요. 속임수, 밀무역, 고리대, 토지 착취 등 악랄한 축적이 저들의 간악한 무기였습니다.”


- 일그러진 식민 도시 부산은 해방 이후 부산 역사와 단절된 백일몽 같은 시기였나요?

“해방 후 일본이 남긴 적산(조선방직 등)이 부산 경제에 일부 역할을 하지만, 제한적입니다. 부산의 해방 전과 해방 후는 단절이 매우 심합니다. 식민지 시대 수탈의 기반이, 엎드려 절해야 하는 경제 발전의 기반일 수는 없어요. 경제개발기 부산은 적산 기반을 넘어서서 신발·합판 산업을 꾸려 다시 시작했지요. 식민 지배가 자본주의 발전의 세계사적 모순이라면 그것을 가장 첨예하고 지독하게 감당한 땅이 부산이에요.”

 

부산을 혼종성의 대표적 도시라고 한다. 부산은 저들이 저지른 것을 우리 것으로 다시 만드는 참으로 힘든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혼종성’, ‘부산’이라는 이름은 찢긴 경험, 수치, 오욕, 굴욕을 승화시킨 뜨거운 이름인 것이다. 부산은 뜨거운 도시다.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http://mobile.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12918245598389

 


신라대학교 부산학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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